이해와 인정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행동들이 많다. 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 지구상에 머문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나 한 명만이 '나'이고, 가족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모든 1분 1초를 함께 한 것은 아니므로, 타인의 모든 부분에 대한 완벽한 이해란 가능하지 않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기대하고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슬퍼하기에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이미 너무 많다. 그런만큼 이해(理解)란 단어를 수학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쓰고자 할 때는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 대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해할 수 없는 것들게는 인정(認定)을 선물하자. 그 것이 남이건 나이건 간에.


시간이 흘러서, 한 때는 사그라들지도 의문이었던 마음 속의 태풍이 망가뜨린 잔해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잔뜩 엉킨 채 인식의 수면 위로 올라올 때면 항상 괴롭게 만들었던 고민들이 한가닥씩 풀리기 시작하고, 처음 겪어본 것들의 개수가 많아지면,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기억의 저편에서 순식간에 불려오면서 내 뒤통수를 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를 상처입힌 적도 있었다면 뒤통수를 치는 통증이 너무 매서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성장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혹은 눈 감는 순간까지 이해 못 할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괜찮다. 이미 인정을 선물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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