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지 않으려면

현실을 알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아서 남마저 상처 입히는 이들마저 국민이라는 이름아래 품기 위해서는 인격이 얼마나 훌륭해야 하는지 나는 감도 잡을 수가 없다. 참여정부의 정치 결과물을 판단하기에는 아는 바가 너무 없어 아직 어렵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 결과에 대해 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한 쪽의 언어가 너무 심하게 인신공격적이었지만, 각자 나름대로 그 근거가 있는 얘기겠거니 생각했었다. 물론 의도는 선했다고 한들 결과가 좋지 않다면 정치인은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정권의 결과물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의 정권에서 이루어졌던,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이유 없이 감싸고 도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참여정부에 쏟아졌던 그 수많은 비난 모두가 나름대로는 근거 있는 비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내 인생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마저 끌고 들어가야 함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곳에 한 몫 챙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남을 위해서, 세상을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보통 희생정신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몸을 던져 좋은 세상에 살게 해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입에 차마 담을 수도 없는 천한 말들로 깎아 내린다. 하나로 뭉치게 해 주었던 사람이 그 때문에 힘들어하다 세상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그 모든 일들을 겪었는데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고, 바꿔 보겠다고 희망을 안고 나아갈 수 있을까? 유시민, 문재인, 안희정 같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던, 그리고 지금도 각자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무엇이 이들에게 이토록 인간에 대한 강한 확신을 주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어서, 혹시 나도 인간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이 피어나는 것이다.



부분에 분노하지 않고 전체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가엾게 여기는 수 밖에. 그 방법 밖에는 지금으로선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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