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모자母子

20살 때의 일이었다. 자주 가던 문어빵 포장마차에서 줄을 섰다. 내 뒤에 한 어머니와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들이 줄을 섰는데, 그 둘의 대화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오래 전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은 이랬다

오늘 바이올린 학원 갔다가 태권도 학원 가지? 태권도 학원 가기 전에 수학 학원 다른 데 분반시험 보러 가야 돼.“, 라는 어머니의 말에 아이는 물었다. „수학 학원 꼭 시험 봐야 돼? 벌써 하나 다니고 있잖아.“ 주눅 든 기미가 보이는 그 질문에 어머니는 숨 한 번 쉴 짧은 새도 없이 봐야 돼.“라고 대답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동시에 생판 남인 내가 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그 어머니가 아이가 잘못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뼈빠지게 돈 벌어서 학원을 보내겠나. 분명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마음은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통해 아이를 향해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모습을 드러낸 그것을 아이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 나중에 커서 사랑을 받고도 사랑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 부모님은 그래서 자식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 가능성이 참 씁쓸해 그 좋아하던 문어빵을 받아 들고 집에 와서도 한 동안 춤추는 가다랑어포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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